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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역무실에 도착한건 저녁 7시반 즈음이었다.


역무원 한 명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고 두 명이 역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계속되는 통화와 상부의 끊임없는 동향보고 요구에 역무원들은 자주 한숨지었다.

 

역무실 책상 위 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렸다. 역무원의 휴대전화벨도 쉴 새 없이 울렸다.

 

수화기에서 간간이 고함치는 소리와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기를 20여 분, 도움을 바란다는 시각장애인의 요청 전화에 젊은 역무원이 나갔다.

 

역무실에는 이제 초로의 역무원 한 명이 남았다.

 

역무실 안에는 대형 스크린 2개에 32개의 CCTV 화면이 나뉘어서 보였는데 어느 게 사고가 일어났던 곳을 비추는 것인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역무원이 한구석을 가리켰다. '구의내선 8-4, 1-CAM' 사고가 났던 승강장 쪽을 비추는 화면이었다.

 

CCTV 화면은 작았고 먼지가 낀 듯이 흐려서 글자나 사람 얼굴을 식별하는 게 어려웠다.

 

화면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역무원이 화면을 확대해서 보여줬다.

 

커다랗고 흐릿하게 보였다.

 

CCTV 시스템을 최신 디지털 고화질로 교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역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 CCTV 녹화분을 참고해서 원인을 밝혀낸다고 했다.

 

화면 너머로 추모 시민들, 시민들이 놓은 꽃, 시민들이 붙인 포스트잇의 실루엣이 보였다.

 

평소에 누가 CCTV를 살펴보는지 물었다. 역무원들이 틈틈이 본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혼자 있을 때 서른개나 넘는 화면을 살필 수 있는지 물어보려다, 그만뒀다.

 

쪽지와 꽃을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다.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했다.

 

역무실 밖 옆쪽에 있던 헌화대와 추모게시판이 생각났다.

 

왜 옮기는지도 물었다. 헌화한 꽃과 포스트잇이 오가는 승객 때문에 훼손되거나 다른 안전사고가 날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무원 책상 위의 동향보고 양식에는 이것저것 어지럽게 적혀있었다.

 

아까의 CCTV 화면으로 승강장을 촬영하는 카메라의 플래시 불빛들이 순간순간 비쳤다.

 

/박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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